2025. 12. 24 - 2025. 12. 30
‘결’의 이격(離隔)과 이음 속성을 통한 심상(心象) 표현
2025년 장태영 개인전 — 잠재성(Potential)
나의 그림 속 결(洯)은 작업의 과정에서 본 능동적 형상이라기보다, 우연히, 그리고 반복적
으로 수면 위에 관찰된 풍경의 흔들리는 반영이었다. 물 위에 비친 이미지, 원형이 아닌 왜곡
된 상(象). 그러나 나는 그 왜곡을 통해 오히려 본질이 드러나는 형식을 보았고, 그것이 나의
‘결’이 되었다. 또한 나는 나의 ‘결’을 삶의 흔들림이 남긴 일종의 코드로, 그리고 그 속성은
상처를 지워내는 ‘이격’과 다시 이어 붙이는 ‘이음’ 사이의 긴장 속에서 드러나는 것으로 이해
하고 있었다. 이것은 단순한 미술적 표현 언어를 넘어 존재론적 관찰의 방식이며, 나의 삶을
통과하며 경험한 사건과 감정, 기억과 의식의 층위를 축적하는 방식이다. 그래서 나의 그림은
형상적 결과물의 나열이 아니라 삶 자체가 생성해 낸 무의식적 기록이라 할 수 있다. 즉 나라
는 존재로부터 비롯되어, 선별적 인식을 통해 축적되어 간 생의 흔적과 같다.
“나의 그림은 나로 인해 반응된 사건과 사물의 결과가 선별적 인식으로 축적되면서 생성된
생의 흔적이다. 그 의미 속에는 다시 잠재(latent)되거나 잠재성(Potential)을 지니는, 아니면
잠재적인 존재로 남고 싶은 나만의 의지가 담겨있다.” - 2025년 Potential(잠재성)에 대한 작가 노트 중에서
나의 작업 속에서 결은 재료나 화면이 지니는 형태적 특성 이전에 인식과 의식이 중첩되어
구성된 삶의 ‘코드(code)’로서 내가 현실을 받아들이고 내면화하는 방식의 총체적 집합이었다.
하이데거(Martin Heidegger)의 말을 빌리자면 현존재(Dasein)는 ‘존재를 자각하는 존재’로
이해될 수 있다. 즉 ‘존재하는 방식 자체가 곧 세계를 이해하는 방식’이 되는 것이다. 그러니
나의 그림은 그 현존재를 이해하는 일종의 해설서가 된다.
“나의 그림은 삶을 살아가는 동안 생성되는 존재의 도식이자 흔적, 그리고 그 흔적을 다시 바
라보고 확인하는 조건이자 요소이다.”
“그림은 세계가 나에게 비치는 방식이며, 내가 세계와 관계를 맺고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2025년 Potential(잠재성)에 대한 작가 노트 중에서
나의 그림은 ‘살아가는 방식’과 ‘존재의 방식’을 일치시키는 구조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이
러한 표현 방식은 단 한 번의 결정적 행위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남김과 지움이 반복되는
시간적 겹침의 과정을 거친다. 즉 화면을 채우기보다 덮어버리고, 밝히기보다 감추는 길을 선
택하며, 그 결과 본래 이미지가 사라지고 난 이후에야 드러나는 또 다른 의미를 마주하는 것
이다. 이 역설적인 그리기 방식을 나는 ‘지워가기’라 이름 붙였고, 그 태도는 화면 위에서의
삭제 행위이자 동시에 기록 행위이며, 부정이자 긍정이 되곤 하였다. 결국 그리려는 대상은
어떤 물체의 실체가 아니라 그 실체가 나라는 구조체로부터 반영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변형
의 리듬일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것은 선(線)으로 그릴 수 있는 것도, 형(形)으로 파악되는 것
도, 의미로 단정되는 것도 아닌 끊임없이 흔들리는 실재와 인식의 사이에 존재하는 미세한 파
형과 같았다.
결국 나의 그림은 일종의 흔들림인 것이다.
그렇기에 나는 본래의 형상이 지닌 신뢰가 아니라, 왜곡된 형상이 감춘, 현상 너머의 진실을
찾고 있다고 할 것이다. 즉 세계가 내게 강요한 ‘정형화된 모습’을 모사하는 것이 아니라, 세
계와 관계할 때 발생하는 주관적인 흔들림이 주는 흔적을 응시해 기록한 것이었다. 실재의 반
영이지만 실재가 아니며, 실재보다 더 실재를 암시하는 사이의 형상. 그렇게 나는 실재를 보
는 것이 아닌 나의 흔들림만을 본 것이다.
어찌 보면 내 그림의 잠재성(Potential)은 이미 머물고 있던 것이다.
들뢰즈의 말을 빌리면 잠재적인 것은 현실적이지 않지만, 그 자체로 하나의 현실을 지닌다.
그러니 잠재성은 아직 현실화되진 않았지만 이미 존재하는 힘으로 이해될 수 있다. 또한 잠재
적인 것은 실재와 반대되는 것이 아니라 ‘현실화된 것(the actual)’과 반대된다고 할 수 있다.
잠재적인 것은 잠재적인 한에서 완전히 실재적이라는 의미로 보면, 흔들림은 현상이지만 그
흔들림을 반영하고 있는 ‘나’의 구조 자체가 흔들림이란 잠재성을 품은 실재라고 이해될 수
있다. 이처럼 개인적 차원에서 경험한 잠재성은, 동시에 나라는 인간 인식 전반을 지탱하는
감각적 구조가 되기도 하다.
나의 잠재성은 이미 존재하면서도 완전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 감각되는 것이 아니라, 스며
드는 방식으로 흔적을 남기고. 화면을 보는 것이 아니라, 기억, 인식, 감정 따위가 흔들리는
것에 순응되는 것, 이를 설명하는 언어를 요구하지도 의미를 주장하지도 않고 단지 그 세계가
잠시 사라지거나 다시 나타나는 흔들림으로 각인되는 것을 욕망한다. 어쩌면 맺힌 흔적이 아
니라 흔들리는 잔상처럼 이미 보이지만 아직 완전히 보이지 않는 것에 대한 감각적 승인처럼
말이다.
그래서 이 전시에서 이렇게 말하고자 했다.
“내가 본 것이 아니라, 세계가 나를 또는 내가 세계를 흔드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존재를 증
명하는 기록으로, 의식의 주변에서 파생되어 삶을 유지하게 하는 잔상이 때로는 맺히고, 때로
는 남겨지고, 때로는 지워진 뒤 또다시 떠오르는 잠재적인 심상(心象)으로 전달되고 싶다.”
2024년 전시에서 나는 결의 이격(離隔)은 삶의 상흔들을 지워내 심리적 상태를 무아 또는 망
각의 상태로 만들어 현실을 벗어나게 하는 탈피적 현상이라고 규정했다. 이것은 현실을 영원
히 떠나는 도피가 아니라, 잠시 현실로부터 물러서 내 상흔을 지워내고 숨을 고르는 탈피의
순간으로, 일종의 간극(間隙)으로 이해하고자 한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이 심리적 균열은 존
재의 분리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삶과 현실 사이에 형성된 하나의 틈(境界)이며, 도
피가 아닌 잠시 숨을 고르는 머무름의 지점이다. 삶의 벽에 밀착된 자아가 잠시 뒷걸음질 치
며 현실을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하는 심리적 간극(間隙)처럼 말이다. 이 간극 뒤에, 인간이란
불완전한 존재의 유한성을 기반으로 나타나는 것이 ‘이음’이다. 나는 이 이음의 상태를, 유한
한 존재들이 서로를 이어 붙이며 끝없는 가능성을 열어 가는 것, 유한한 삶에서 ‘무극(無極)’
을 지향하는 생명력의 움직임(흔들림)으로 이해하고자 했다.
장자(莊子)의 자연(自然)은 있는 그대로, 인위적이지 않은(無爲) 상태에 이르는 길이라면. 나
의 흔들림은 억지로 무엇을 만들어내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감응되고 자연스레 축적되는
것. 그리고 생을 기반으로 서서히 숙성되어 인과의 구조 속에서 순응하는 것이다. 나는 그 느
린 축적을 나의 잠재성(Potential)으로 보려 한다.
그렇게 싹튼 나의 잠재성(Potential).
나의 잠재성(Potential)은 이격과 이음의 과정 위에서 생성된 것이다.
잠재성은 아직 드러나지 않은 가능성이라는 의미뿐만 아니라, 드러나지 않으려는 상태까지 포
함하는 존재의 양면성을 의미한다. 더욱 세밀한 의미에서는 소멸과 생성이 동시에 미세하게
진동하는 존재의 미온적 상태라고 할 것이다. 이것은 생명이 완전히 드러나기 이전의 숨결이
자 찰라로 사라져가는 흔적을 붙잡으려는 미약한 생존 의지이며, 또한 드러나고 싶어 하면서
도 드러나야 할 때를 기다리는 인간의 본성이다. 이처럼 나는 잠재성을 감각적인 예술 용어가
아니라, 인간 인식의 원형에 가까운 개념으로 이해한다. 확정 되지 않은 신호를 받아들이는
최초의 감각적 코드를 잠재성이라 부르고, 그 잠재성을 기반으로 늘 외부 세계가 보내오는 신
호에 응답하고 해석해 왔다. 혼돈으로부터 존재의 의미를 찾아가는, 일종의 생존적 선택의 논
리로서 말이다. 그렇기에 나의 잠재성은 불확실한 신호(signal)에 대한 대응이며, 생존을 위한
감각적 준비 상태이자 현실로 드러나지 않아도 존재하는 그 가능성만이란 의미를 지닌다.
잠재성을 품고 있는 흔들림. 또는 흔들림이라는 잠재성.
아직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미 존재하는 어떤 것. 미래의 형태를 예비하며, 현재의 감각과 맞
닿아 있는 것. 이번 전시에서 드러나는 화면은 나를 아는 많은 이들이 예상하는 것처럼 그리
극적이거나 상징적이지 않다. 오히려 다소 담담하게, 때로는 익숙할 정도로 단순한 것들의 제
시이다. 이는 삶을 과도하게 미학화하지 않고, 최소화된 증언으로서 존재하고 싶은 나의 태도
가 반영되었기 때문이다. 아주 사적인 기록이 아니라, 누구나 공감이 가능한 평범한 인간적
흔적으로, 나의 이야기를 관람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관람자의 기억과 감각이 개입할 수 있는
열린 여백을 제공하고 싶었다. 비트겐슈타인(Ludwig Wittgenstein)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
해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그리고, “언어의 한계가 곧 세계의 한계”라고 말했다.
말로 표현되지 않고, 오히려 말할 수 없는 것을 남기는 것.
그 가득 찬 여백은 언어가 도달할 수 없는 영역이자 의미가 생성되기 이전의 감각적 밀실이
다. 결국 나의 잠재성은 존재의 흔들림으로서의 선(線)이며, 기억의 속도로 숨 쉬는 면(面)이
고, 삶의 무게와 가능성 사이에서 방황하는 인간의 몸짓(點)이다.
그 화면 앞에 선 관람자는 단지 그림을 보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결을 떠올리고, 자신에게
잠재된 신호를 감지하며, 그것을 인정하는 자리에 서게 된다. 또한 이번 전시의 잠재성은 내
가 화면 위에 던진 하나의 질문이면서, 동시에 관람자가 받아야 할 응답이기도 하다.
우리는 얼마나 자신의 잠재성을 믿고 있는가?
우리의 삶 속에서 보이지 않게 흔들리고 있는 신호를 감지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 신호를 인정하고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 전시는 거대한 미학적 선언이 아니라, 작가와 관람자가 함께 공유하는 조용한 인식의 장이
다.
화면 위에 남겨진 많은 흔들림은 결국 한 가지를 말하고 있다.
하나의 흔적,
하나의 틈(이격),
하나의 생존(이음)
그리고 하나의 가능성이다.
당신에게도 드러나지 않고 있는 가능성의 떨림이 있는가?
그리고 그 떨림을 감지하고 있는 자신을, 당신은 얼마나 인정하고 있는가?
화면 위에 남겨진 흔들림은 결국 하나의 사실을 은근하게 말한다.
살아 있다는 것은 아직 전체가 드러난 것이 아니라, 여전히 잠재하고 있다는 것임을.
장 태 영
장태영 , 張泰英 , Chang, Tae-Young
충남 홍성출생, 홍성고등학교 졸업,
홍익대학교 미술대학 동양화과 학사 졸업 2001 . 02. 22.
홍익대학교 일반대학원 동양화과 석사 졸업 2003 . 02. 21
홍익대학교 대학원 미술학 박사 졸업 2015 . 02. 23
개인전 및 개인 booth 전
2025년 장태영 개인전 “Potential” 갤러리 그림손 (23025.12.24 ~ 12.30)
Affordable Artfair Singapore with Gallery Zhip-F1 PIT Building. Singapore 2025.11.13.~16)
2024년 장태영 초대 개인전 “이격(離隔) - 이음”– 아트 스페이스 류 (12.23 ~ 1.23)
2023년 장태영 초대 개인전 – 갤러리 청주 (7.3~7.31)
전시 기획 / 이건용, 그와 나의 이야기(평택시 공간 미학) - 경기문화재단, 평택 공간 미학 후원(6.5~19)
張泰英 (Affordable Artfair Singapore with Art Space Ryu-F1 PIT Building. Singapore 2023.11.9.~12)
2022년 장태영, 변내리 2인전 – 한곳을 바라보는 두 개의 시선 (국회 art갤러리 6.2~15)
張泰英 (Affordable Artfair Singapore with Art Space Ryu - F1 PIT Building. Singapore 2022.11.18.~20)
2021년 장태영 초대 개인전 - 墨面 / 지움과 채움 (월전문화재단 선정작가 지원전 한벽원미술관 12.2~13)
2020년 장태영 초대 개인전 – find a vein “길(道)을 찾아가다.” (갤러리 h 2020.2.19.~2.25 전관) 이외 다수
주요 단체전
2025년 취향-habitus 展 /2025.1.14.~1.23/ gallery LP Seoul
'별별화사' 展 /2025.3.10.~04.30 / 전주시 완산도서관 완산 마루 전시장
between 展 /싱가폴 art company Ima /6.6~7.3
강릉원주대학교 교강사전 2hours+- 展 갤러리 on air 2025.8.17~8.29
제 35회 한국화 동질성 전 / 동-고-동-락 : 의식의 전화과 표현 ( 6.27~7.11 조선대학교 미술관 )
제 16회 안평 안견 예술 정신전 (2025.07.9.~7.18 한벽원미술관)
우현문 갤러리 대한민국 젊은 작가 응원 프로젝트 2025 출발의 꿈 전 2025.8.1 ~ 8.8 우현문 갤러리
연꽃그림 페스티벌 및 연꽃 릴레이 기획전시 7월7일 7월 27일
2025 한중 수묵 국제교류 초청전 一墨如雷2025後水墨書寫國際交流展 (國立臺灣師範大學德群畫廊 8.16~28)
2024년 어울림 전/2024. (북촌 한옥청 11.5~11.10)
한국화 동질성 전 (대전 예술가의 집 전관, 2024. 5. 21~5.26.)
제 15회 안평 안견 예술 정신전 (2024.05.31.~6.13 한벽원미술관)
2024 新墨會.元墨會 Exchange exhibition KOREA & TAIWAN/“茶半香初” (안젤리미술관 2024.7.1.~7.10.)
2024 新墨會.元墨會 Exchange exhibition KOREA & TAIWAN/“涌動墨潮” (桃園展中心 2024.7.11.~7.28 )
TAOYUAN PERFORMANCE CENTER 臺灣 桃園市 桃園區 中正路 1188號
사제동행전 – 공란(空欄) – 2024.11.26.~ 12.1 강릉아트센터
2023년 한국화 진흥회 특별전 “미학산책”– 평택 신리 공간미학 개관 기념전(23.3.20~4.20)
2023년 한중 수묵 국제교류 초청전(중국 남경시)
마음을 담은 그림 – 정화(情畵) / 운현궁 미술관 (2023.6.27~7.2)
2022년 공공미술 dmz – 평화 공존지대(임진각 평화 누리공원 내)
공공미술 화성시 전곡항 – wave/平海
강릉원주대 교수작품전(강릉시립미술관)
안평 안견 회화제(한벽원미술관)
2021년 한국 신묵회전- 한중수묵교류전 (아트센터 집)
한국화 진흥회 특별전 – 한국화 산천을 물들이다.
강릉원주대 교수작품전(강릉시립미술관)
2021 bama (bexco)
안평 안견 회화제(한벽원미술관)
조형아트페어(coex hall)
한중수묵교류전(대만) 이외 다수
공공미술
@ DMZ 평화공존지대 – 조형물 ‘GATE 5 – Independence’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 화성시 전곡항 lighting 조형물 “ WAVE - 平海 ”(화성시 전곡항)